2014년 5월 18일 일요일

삶의 바탕

 '궁극적인 전제. 그렇다. 타우베스가 바울-마르치온-벤야민의 계보 아래 스스로를 위치시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궁구했던 물음은 바로 '궁극적인 전제'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에게 궁극적인 전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 자체, 삶 자체이다. 타우베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앞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관점에서는 이 물음이 언제나 망각 속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실제적인 물음 역시 종국에 가서는 어김없이 막중한 혼란과 어정쩡한 타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 궁극적인 전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반드시 '계시(Offenbarung)'에 대한 성찰에 다다르게 된다.' (바울의 정치신학/그린비/야콥 타우베스/조효원/p.308-309)

 구원이건, 해탈이건, 노동계급의 승리이건, 애인의 행복이건, 종북척결이건, 그 목적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모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삶,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목적의 달성과는 무관하게, 가슴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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