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7일 토요일

외할아버지

 1.

 외할머니의 2층 양옥의 현관으로 들어선다. 외할아버지가 품을 활짝 벌리고 있다. 따뜻하고 나그러운 인상이다. 나를 나무라는 엄마에게 약간 쫓기면서, 그의 품으로 달려간다.

 그에 대해 전해들은 정보는 많다. 그는 명망있는 인물이었고, 부유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았고, 대학을 두개 나왔고, 유능한 한의사였고, 아들의 죽음으로 말년을 슬프게 보냈다고 한다. 다혈질이었고, 머리가 뛰어났고, 특이했고, 고집이 강하였다는 점에서는 나와 닮았고, 화통하였다는 점에서는 나와는 달랐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가치있는 기억으로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기억으로는, 가슴을 메여오게 하는 기억으로는, 저것이 유일하다.

 2.

 외로울 때면 경희대 캠퍼스를 걷는다. 다시금 저 기억이 떠오른다. 서글퍼진다.

 부모와 싸우고, 일진과 싸우고, 성적과 싸웠다. 자존심 외에는 나를 지탱해줄 것이 없었다. 나의 유년은 그랬다. 나를 감싸주려는 사람은 없었고,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외로웠고, 때문에, 지금도 외롭다.

 내게 외할아버지가 있(었)다면, 아니면 외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결핍이 채워질 수 있(었)을까? 나의 삶은 바뀔 수 있(었)을까?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그이지만,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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